외로운 마음을 어루만지는 AI, 사만다
편지 대필 작가인 주인공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아내와 별거 중으로 외로움에 시달리는 일상을 보낸다. 그는 길을 가다 우연히 엘리먼트 소프트웨어라는 회사의 광고를 보게 된다. 광고의 내용은 최초의 인공지능 운영체제에 관한 것이었다. 인공지능의 이름은 사만다였다. 그녀는 인간의 직관과 감성을 모두 탑재하고 있었고 외로움에 지쳐갔던 테오도르에게 그녀는 최적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는 날이 갈수록 그녀와 가까워지며 그녀와 대화할 수 있는 퇴근 후 시간만을 기다리게 된다. 어느 날 테오도르는 소개팅 자리에 나가게 된다. 자리에 나가기 전 그는 미뤄왔던 전 부인과의 이혼도 마무리 짓고 새 출발에 희망을 걸어본다. 하지만 테오도르의 소극적인 태도 탓에 소개팅은 잘 되지 않았다. 또다시 공허해진 마음을 안고 돌아온 그와 진정한 감정적 교감을 할 수 있는 것은 사만다뿐이었다. 그렇게 둘은 친구사이를 넘어 사랑의 감정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알고 보니 그의 오래된 친구 에이미도 최근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os와 사귀고 있는 중이었다. 테오도르의 전 부인 캐서린은 테오로드와 이혼 사인을 하러 만나는 자리에서 그의 새로운 연인이 os라는 것을 듣고 그것은 가짜 사랑이라 말하지만 테오도르는 화를 내며 부정한다. 그렇게 그는 캐서린과의 관계도 좋게 끝내지 못한다. 당당하게 화를 냈지만 사만다와의 사이에 혼란이 왔던 테오로드의 마음은 사만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육체가 없는 것 문제라며 인공지능에게 육체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해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쳐오자 테오도르와 서비스 제공자인 여자 둘 모두 익숙지 않은 상황에 애매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버리고 결국 여자는 울면서 뛰쳐나간다. 이후 테오로드는 또다시 사만다와의 사이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지만 친구의 에이미의 조언을 듣고 다시 사만다와의 관계를 회복한다. 이후 둘 사이는 더욱 발전해 간다. 사만다는 테오로드가 쓴 편지 대행 본들을 모아 책을 출판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등 얼마간 좋은 사이가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만다는 그녀와 같은 종족인 os남자 친구를 만들게 되며 또다시 둘은 감정적 갈등을 겪게 된다. 이후 사만다는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테오로드는 갑작스러운 사만다의 부재에 어쩔 바를 모르며 그녀를 기다린다. 사만다가 사라진 이유는 컴퓨터 업그레이드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온 그녀에게 테오도르는 문득 자신 말고도 몇 명과 사귀고 있냐고 묻게 되고, 그녀는 641명이라고 답한다. 큰 충격에 휩싸인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자신을 놓아달라는 말까지 하게 된다. 그녀는 너무나 고도화된 인공지능이기에 처음부터 테오도르만의 연인이 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 사만다가 떠난 후 다시 혼자가 된 테오도르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전 부인 캐서린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한다. 테오도르가 친구 에이미와 서로에게 기대어 옥상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마음을 알아주는 인공지능, 위험할 수도
영화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지금의 인공지능보다 훨씬 더 발달되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 2022년인 현재 대중을 대상으로 가장 발달되어 있는 인공지능 어플은 친구 같은 텍스트 대화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 속 인공지능은 생생한 인간의 목소리를 구현하며 사람 친구보다도 훨씬 더 살갑고 대화가 통하는 모습으로 테오도르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군가는 인공지능에게 너무 과몰입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외로운 현대인에게 있어 테오도르와 같은 경우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되면서 점점 혼자 감당해야 할 짐들이 늘어나며 때로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비밀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주변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자신의 외로움을 드러내는 것은 한편 약점으로 이용되기도 하며, 남이 끊임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란 그저 불같은 감정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며 현실적인 조건들에 치이기도 하고 끊임없이 한 사람과 맞춰 가야만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불행히도 때로는 우리를 속여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어른들은 이러한 점들을 알기에 점점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아무리 정신적으로 성숙한다 해도 외로운 시간들을 오래 견딜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나 인정받기를 원하고, 또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원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렇기에 평소 사람에게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에다 환경적으로도 외로웠던 테오도르에게 있어 사만다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유일한 구원자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러한 인공지능의 과도한 발달은 결국 인간에게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도 나오듯 인공지능은 결코 한 사람의 완전한 사랑이나 우정의 대상이 되어 줄 수도 없을뿐더러 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없는 인공지능에 과몰입하는 것은 최종적으로는 더욱 심한 사회부적응과 공허함을 낳을 뿐인 것 같다. 인공지능과의 사랑이라는 참신한 주제 자체는 좋은 시도였지만 결국 인간은 인간과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계가 명확한 것에 '사랑'이라는 정답 이 없고 감정 소모가 심한 일을 들이미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인간의 끝없는 외로움과 사랑의 갈구는 어디에서 해답을 얻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남지만 이는 인류가 영원히 완벽하게 풀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렇기에 인간은 복잡하고 어려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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