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미워하는 그들
은행 직장 동료인 영은 동희는 비밀연애를 하며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연인 사이다. 누구보다 불같이 사랑했던 그들이지만 결국 둘은 헤어졌다. 영화는 영과 동희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그들은 누구보다 담담한 척, 상관없는 척을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아직 서로를 완전히 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별 직전 자주 다툰 탓에 으르렁대며 헤어진 그들은 직장 동료이기에 어쩔 수 없이 매일 얼굴을 봐야만 하는 사이다. 서로의 물건을 부숴 보란 듯이 택배로 보내고, 상대 명의로 된 휴대폰으로 소액결제 폭탄을 맞게 하는 등 자잘하고 유치한 싸움들을 멈추지 않는 그들이다. 동희는 어리고 예쁜 새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고, 질투심에 눈이 먼 영은 몰래 그녀가 아르바이트하는 곳까지 찾아가 골탕을 먹이는 등 유치한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영은 친절하고 젠틀한 민차장이라는 사람에게 동희와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가까워지게 되고 둘은 은밀한 사이가 된다. 이후 직원들 간의 워크숍에서 동희는 동료들에게 영과 민차장이 사귄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 얘기 중 민차장이 영에게 굉장히 나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희는 이성을 잃는다. 영은 끝난 사이에 왜 참견을 하느냐고 반문하지만 결국 이 일로 서로 마음이 남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둘은 화해 끝에 재회하게 된다. 재회 후 얼마간은 그들은 잠시 예전보다 더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서로 왜 싸웠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곧 둘은 다시 갈등을 겪게 된다. 이미 서로가 헤어진 기간에 다른 이성을 만났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계속해서 이러한 사실들이 거슬리는데, 또다시 예전 같은 싸움을 겪게 될까 봐 입에 올리기 힘들어하며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 결국 그들이 데이트를 간 놀이공원에서 참아온 마음들은 폭탄처럼 터지고 만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빗속 놀이공원 싸움 장면이 등장한다. 서로 자신은 최선을 다해 상대를 이해해주려 하고 자신의 뜻은 굽혀왔다고 주장할 정도로 노력한 것은 사실이나 그동안 거슬려왔던 점이나 보상받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충분한 해결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것들이 점점 쌓여 데이트 중 이상한 기류를 만들어버렸고 결국 둘은 또다시 크게 싸우고 두 번째 이별을 맞게 된다. 과연 영과 동희는 어떤 엔딩을 맞게 될 것인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우리가 하는 연애 그 자체의 이야기
<연애의 온도>는 포스터부터 현실적이다. 우리는 포스터 속 동희와 영처럼 기대에 부풀어서 간 데이트 장소에서 갑자기 서운함이 터져 나와 예상치 못하게 헤어지게 되기도 한다. 남녀 관계만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연애 감정은 사람이 가진 그 어떠한 감정보다 복잡하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상대에게 왜 그렇게 소모적이냐고 묻는다면 딱 한 가지 말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한 번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에게는 온 마음을 내어주고, 자신을 잃어 가며 배려하고 때로는 자신을 포기하기도 하는 만큼 상대가 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았을 때는 그동안 배워왔던 그 어떤 교양이나 도리도 내버리고 어린아이처럼 유치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미워한 만큼 상대 때문에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도 공존하기에 또다시 서로는 서로를 그리워하고 신경 쓴다. 완벽하게 성숙된 아름다운 사랑만을 그리는 영화들도 있지만, <연애의 온도>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잘난 척과 고고한 척을 모두 빼고 정말 솔직한 연인 간의 심리와 갈등들을 담았다. 영과 동희가 재회를 하고 나서 겪는 마음의 과정까지도 관객들로 하여금 무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모를 만큼 얽힌 관계들, 좁아질 줄 알았는데 결국 좁혀지지 않았던 의견 싸움 등을 골치 아프리만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그들은 또다시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싸우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다시 헤어질 때는 정말 영영 끝나 버릴지도 모른다. 싸우지 않는 평화로운 사랑이 맞는 것인지, 영과 동희처럼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뜨겁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밑바닥까지 가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우리는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평생 누군가에게 이끌리고 자신의 방식대로 마음을 표현할 뿐이다. <연애의 온도>는 사랑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사랑의 동화 같은 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누구나 현실에서 겪을 법한 부끄러운 마음들까지 대변해주며 누군가에겐 위로를, 누군가에겐 미약한 해답이나마 제시해주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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