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제2의 인생을 펼치는 주인공 벤
벤은 은퇴 후 아내와도 사별하고 혼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부족할 것이 없었고 은퇴 후 여러 취미생활도 가져보았지만 결국 새로운 성취감이 필요했던 그는 새 직장을 다녀보기로 결심한다. 몇 번의 면접 끝에 그는 한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 대표는 30대에 의류 쇼핑몰을 창업해 2년도 안 되어 직원 216명을 거느리고 승승장구 중인 여성 CEO 줄스였다. 24시간 깨어있는 열정으로 직원들을 돌보고 회사 일에 푹 빠져 있는 그녀는 당차고 능력 있는 여성이었다. 자기 관리까지 소홀히 하지 않는 완벽한 그녀였지만 항상 회의에 지각하거나 노인 인턴을 고용하기로 한 것을 까먹기도 하는 등 약간의 허점도 보인다. 어머니와도 사이가 좋지 않던 그녀는 어쩐지 벤과 밀착해서 일하는 것을 못내 부담스러워하고 그를 다른 부서로 보내려고도 한다. 하지만 벤은 이를 거절하며 그녀를 열심히 보필할 마음을 먹는다. 벤에게 일다운 일은 좀처럼 오지 않았지만 그는 낙심하지 않고 조그만 일거리 하나라도 먼저 찾아 나서며 적극적인 태도로 임한다. 어느새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친화력이 좋다는 소문이 돌만큼 인기 있는 존재가 된다. 어느 날 벤은 책상에 매일 흐드러지게 쌓여 있던 상자들을 솔선수범하여 치움으로써 줄스의 환심을 사게 된다. 줄스는 그에게 전용 마사지사 피오나를 고용해 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벤은 줄스의 운전기사가 차에 기대어 술을 들이켜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벤은 그에게 자신이 운전을 대신할 것을 제안하고 그러면서 그는 줄스와 좀 더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이 시점까지만 해도 여전히 벤에 대한 약간의 불편함이 남아 있었던 줄스는 그를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어느 날 둘은 야근을 하며 피자와 맥주를 함께하게 되고, 서로에 대해 한층 더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한편 줄스의 요청대로 벤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게 되고 줄스는 새로운 비서 인턴을 맞이하는데, 그녀는 벤보다 훨씬 못한 케어 솜씨로 줄스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줄스는 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며 다시 돌아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만큼 줄스는 벤을 신뢰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로도 벤은 회사에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고들을 유연하게 풀어내며 줄스뿐 아니라 다른 사원들에게도 점점 신뢰와 호평을 얻게 된다. 줄스는 어느새 사원들과 술을 마시던 와중 벤 앞에서만 속마음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눈물을 보이는 등 직장 동료를 넘어 인간적으로 그를 신뢰하는 모습마저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벤은 우연한 기회로 줄스의 남편이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을 목격하고 심란해한다. 알고 보니 줄스는 이를 조금씩은 알고 있으면서 눈 감아 준 것이었다. 줄스는 자신이 일 때문에 가정에 소홀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대신할 다른 CEO를 구하려 했지만 벤은 그런 그녀에게 가정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따뜻한 조언을 건네며 열심히 일궈온 일을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한다. 그의 조언을 듣고 줄스는 다시 회사로 와 벤을 찾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벤을 줄스가 찾아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막을 내린다.
영화 속 벤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
영화 <인턴>은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앤 해서웨이와 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로버트 드 니로가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써 우리나라 안에서는 높은 평점을 받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70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든 겸손하게 임하는 벤의 태도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는 출근 첫날 줄스가 대화할 때 상대가 눈을 깜빡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듣고는 전날 눈 깜빡임 연습을 하기도 하고, 줄스가 퇴근할 때까지 자신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어떤 작은 일이라도 자신이 먼저 나서서 감당하려고 하는 태도를 갖췄다. 또한 그녀의 기분 하나하나를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 쓰며 잠시 흘러간 말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고 살뜰하게 그녀를 챙긴다. 때로는 직원들의 친구가 되어 연애상담까지 제공해주며 친한 형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통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생각에 갇히고 고지식해지기 십상이지만 벤은 자신보다 까마득히 어린 직원들에게도 결코 자존심 부리지 않으며, 자신을 낮추는 태도를 보여 결국엔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보며 결국 어떤 자리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은 본인의 태도에 달렸으며 새로운 일은 늘 초심자처럼 배우려 하는 낮은 태도가 얼마나 귀감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영화는 어떤 어른이 진짜 어른인지에 대해서도 재고하게 한다. 벤은 우리가 요즘 흔히 말하는 '꼰대'가 아니었다. 그는 직원들 하나하나를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할 줄 알았다. 그것이 진정한 성숙이고 연륜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위대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존경이라는 것은 자신을 드러낼 때 받는 것이 아닌 낮추었을 때 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닫게 하는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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