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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런웨이 비서로 살아남기

by 무루룽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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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고 냉혹한 패션계의 나날들

명문대를 졸업하고 저널리스트를 꿈꾸며 뉴욕으로 온 앤디는 본래의 꿈과는 다르게 패션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로써 입사하게 된다. 그녀는 패션에 대해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패션 쪽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대부분이 허영심에 찌들었을 것이라는 선입견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패션계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분야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장의 커리어와 생계를 위해 잠깐만 일하자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한다. 패션의 세계는 생각보다 냉혹했다. 그녀의 보스 미란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완벽주의자였으며 그곳에서 미란다의 말은 곧 법이었다. 사소한 커피 심부름부터 시작해 말도 안 되는 미션들까지 앤디가 해야 할 일들은 다양했으며 하나라도 실수하는 순간에는 즉시 해고도 각오해야 했다. 그곳에서 따뜻하게 위로를 건네는 사람 따위는 없었다. 어느 날 앤디는 실수 한 가지를 저지르고 만다. 미란다와 동료들이 벨트를 가지고 고민할 때 그 장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린 것이다.  왜 웃냐는 미란다의 질문에 앤디는 자신의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인다며 왜 그런 것으로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해 버린다. 미란다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패션계에 대해 무지하고 안일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 앤디의 태도를 질책하게 되고, 이것이 그렇게까지나 혼날 일인지 의아했던 앤디는 남자 친구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한 날은 앤디가 오랜만에 아버지와 밥을 먹고 있던 자리에서 갑자기 미란다가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녀의 쌍둥이 딸들의 발표회 때문에 그날 당장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데 허리케인 때문에 갈 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앤디는 어떻게든 일을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고, 미란다에게 '패션 잡지만 보고 사는 애들 대신에 뚱뚱하지만 똑똑한 너를 고용해보려 했고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너는 누구보다 나를 실망시켰다'며 폭언을 쏟아낸다. 남자 친구, 친구들과의 관계마저 금이 가 가며 직장생활에 사력을 다했던 앤디였기에 미란다의 말은 비수가 되어 꽂혔다. 앤디는 동료 나이젤에게 미란다는 자신의 수고로움에 대해 한 번도 고마움을 표시한 적도 없으며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를 들은 나이젤은 '네가 한 것이 뭐가 있느냐. 너는 지금 징징대기만 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인 거장들과 작업하며 우리의 일에 목숨을 걸고 있다. 미란다는 네가 퇴사한대도 5분 만에 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그만큼 너의 자리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은 널렸다. 이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죽는시늉까지 해 가며 열심이다. 하지만 너는 네 자리를 잠시 머물렀다 가는 커리어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지 않느냐. 그러면서 미란다에게 사랑받길 원하냐' 라며 일침을 날린다. 앤디는 그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자신이 가진 이 일에 대한 마인드가 수동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나이젤에게 패션 추천을 부탁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렇게 앤디는 아직 발매도 되지 않은 해리포터 원고를 구해 오라는 등 미란다의 말도 안 되는 과제도 척척 수행하고 행사들에서도 완벽한 비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차차 미란다의 눈에 차게 된다. 앤디는 상관인 에밀리가 바래 마지않던 파리 출장 기회까지 대신 거머쥐게 될 만큼 인정받는 위치에 오른다. 중간에는 자신이 늘 동경해왔던 작가 크리스천과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일에서 인정받을수록 앤디는 남자 친구와 친구들에게는 변했다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인간관계는 점점 망가져간다. 한편 미란다는 어느새 자신의 남편과 가정사에 대한 것까지 앤디 앞에서 털어놓을 만큼 그녀를 신임하게 된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차 안에서 미란다는 앤디에게 자신과 앤디는 많이 닮았다며 너와 나는 비슷한 삶을 산다는 말을 한다. 앤디는 차 안의 대화로 인해 자신은 확실히 미란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의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 결과 그녀는 휴대폰을 분수에 던져버리며 과감하게 런웨이를 그만둔다. 앤디는 다시 남자 친구와 친구들의 곁으로 돌아가고 원래 꿈꾸었던 저널리스트로써의 면접을 보러 다니게 된다. 이때 미란다의 추천서가 도착한다. 거기에는 '앤디는 내가 봤던 중 최고로 나를 실망시켰던 비서이다. 하지만 그녀를 고용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후 앤디는 출근길에 미란다를 마주치고 그녀에게 미소 짓지만 미란다는 도도하게 차에 올라탄다. 차 안에서야 남몰래 미소를 지어 보이는 미란다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진정한 프로의식과 배울 만한 점들

영화에 등장하는 미란다는 그야말로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모두 미란다가 너무한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어릴 때 이 영화를 보았던 것과 어른이 되어 직접 직장생활을 경험한 후의 영화에 대한 감흥은 다르다는 말들을 한다. 미란다는 자신의 든든한 오른팔과도 같았던 나이젤마저 한순간에 버려버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녀는 그것이 프로의 세계임을 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냉혹한 패션계의 생태계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다면 결코 일류의 자리에 오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그녀를 욕하면서도 한 편 모두가 그녀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다. 누구나 자신의 말 한마디면 지키려고 갖은 수를 다 쓰고, 어딜 가서나 최고로 인정받는 그런 삶 말이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미란다가 되기까지 그녀 역시 많은 것들을 포기했을 것이며 끊임없이 강해지려 자신을 채찍질해왔을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그로 인해 생긴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까지 하게 되는 아픔을 겪지만 겉으로는 항상 완벽한 런웨이 편집장의 모습을 한시도 잃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분야에 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꿰고 있으며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며 나는 과연 한 분야에 대해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임해본 적이 있는가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으며, 조금 노력해놓고 잘 풀리지 않는다며 징징거리진 않았는지,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서로 다른 삶의 가치, 하지만 닮았다.

작중 미란다는 앤디에게 '너와 나는 닮았다' 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새로운 직장에 들어간 앤디를 마주치고 난 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혼자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이 미소를 결국 그녀는 앤디를 그녀의 전 비서로써,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도 충분히 인정했다는 의미로 보았다. 그것은 아마 자신의 원하는 삶의 방향을 고민할 줄 알며 내던질 때는 내던지는 대담함을 가진 앤디의 소신과 용기, 열정에 대한 인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를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며 미란다 역시 앤디를 통해 배우는 점이 배워가는 점이 분명히 있었으리라고 본다. 두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과 일을 사랑하고, 치열하게 삶을 꾸려갈 줄 아는 멋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둘은 분명히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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