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에게 반한 남자와 그들의 위험한 여행
어린 시절 첫사랑을 병으로 떠나보낸 후 평생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험버트라는 남자가 있다. 중년이 된 그는 불어불문학 교수로, 강의를 위해 삼촌의 친구 집으로 하숙을 하러 가려했으나 그 집이 불이 타게 되어 다른 하숙집을 알아보던 중 샬롯이라는 미망인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는 너저분한 집 외관만 보고는 하숙하지 않으려 했으나, 정원에서 샬롯의 딸 로리타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곳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험버트의 어릴 적 첫사랑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그의 이상형 그 자체였다. 당돌하고 매력적인 성격을 지닌 로는 험버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미 아는 눈치였고 그녀 자신도 한 지붕 아래서의 미묘한 기류를 즐기는 듯했다. 한편 어머니 샬롯은 그런 험버트의 속셈도 모르고 그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으나 험버트는 샬롯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샬롯은 험버트와 더 긴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말괄량이 로리타를 기숙 캠프에 보내버린다. 하루는 더 이상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샬롯이 험버트를 향해 청혼의 말을 하며 거절할 생각이라면 집을 떠나라는 편지를 남긴다. 로리타를 더 오래,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험버트는 샬롯과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샬롯에게는 겉으로는 부부로 지낼지언정 마음을 전혀 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샬롯은 험버트가 몰래 쓰고 있던 일기를 발견하게 된다. 거기에는 로에 대한 험버트의 사랑과 샬롯에 대한 모욕이 쓰여 있었고, 샬롯은 기숙 캠프에 있는 로리타에게 이를 모두 폭로할 것이라며 험버트에게 배신감에 치를 떠는 모습을 보인다. 당황한 험버트는 그것이 자신이 쓰던 소설이며 로와 샬롯의 이름만 따온 것이라고 변명해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험버트가 잠시 샬롯의 진정을 위해 술을 가지러 가는 사이 샬롯은 편지를 부치러 집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만 차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만다. 그 후 험버트는 캠프에 있는 로리타를 데리러 가게 되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로는 천진난만하게 험버트를 따라다니며 그와 함께 숙소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 다음 날 험버트는 로리타에게 샬롯이 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말하게 되고 졸지에 고아가 되어 버린 로는 목놓아 운다. 그날부터 그들은 미국 전역을 다니는 여행을 시작한다. 험버트에게는 매 순간이 천국이었지만 아무리 어른스러운 척을 하는 로라도 그녀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점점 자신에게 집착을 보이는 이 중년 아저씨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여행 중로는 예비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연극에 출연하고 싶어 하기도 하는데, 그녀가 다른 남학생들과 어울릴까 두려웠던 험버트는 이를 반대하고 점점 더 로리타를 속박한다. 그렇게 둘의 골은 깊어만 가고 이런 문제로 둘은 어느 날 심한 싸움을 한다. 다시 떠난 여행에서 로는 결국 다른 남자를 따라 사라지게 된다. 몇 년이 흐른 후, 험버트는 로리타에게서 제발 돈을 좀 빌려 달라는 편지를 받게 된다. 찾아간 허름하고 가난한 집에서 로는 임신한 채였다. 험버트는 그런 그녀에게도 사랑을 느끼며 자신과 함께 가자고 말하지만 로는 거절한다. 결국 그는 로리타에게 돈을 주고 떠나 몇 년 전 그녀가 도망쳤던 남자를 없앤다. 험버트는 감옥 안에서 병으로 죽고, 로는 아이를 낳다가 죽은 것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속의 예술성과 영상미, 음악에 대해서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1997년 작인 영화 <로리타>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앤 니오 모리코네의 황홀한 음악과 특유의 영상미가 어우러져 보내는 내내 시각적, 청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다양한 이미지 사이트 등에서 로리타에 나온 사진은 많이 보았을 만큼 작품은 내내 예쁜 색감과 함께 진행된다. 여자 가수들 중에서는 영화 <로리타>의 분위기나 콘셉트 등을 차용하기도 한다. 특히 극 중에서 로가 입은 옷이나 헤어스타일 등도 눈을 즐겁게 한다. 소설에는 험버트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로에 대한 격정적인 마음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향이 있으며, 영화 속 험버트는 자칫 순애보에 상처 많은 남자로 비칠 수 있으나 소설을 읽어 보면 그의 잘못된 욕망을 비판하게 된다는 평도 많다.
사랑은 결코 이기적인 욕망과 같은 뜻이 될 수 없다
<로리타>의 원작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언급했듯이 이 영화에는 어떤 교훈도, 도덕적인 가치도 없다. 그저 험버트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한 이기적인 욕망 실현만이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의 상을 하나 정해 놓고 그것에 딱 들어맞는 로리타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한다. 그가 로리타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아무리 그녀가 욕심나더라도 또래로써 정상적인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잡아주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험버트가 로리타를 굉장히 사랑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객관적으로 그의 행동을 보면 그저 오갈 데 없는 한 소녀를 자신의 입맛대로 자신이 정한 상에 가두려는 것뿐임을 알게 된다. 분명 사랑의 형태에는 정답이 없고 마음이 끌린다는 것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세상에는 분명 옳고 그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꼭 영화에 나오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집착을 느끼는 대상에게 자신만의 생각만을 관철하며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을 만나보게 된다. 이들은 겉으로는 많은 희생과 사랑을 주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실체는 자신이 바라는 무언가대로 상대방이 움직여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싫다는 표현을 했을 때 그것을 건강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험버트는 어릴 적 첫사랑의 아픔이 있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상처받았고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여 남의 인생에 영향을 줄 자격은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를 정말로 위하는 성숙한 살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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