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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동경이 불러온 처참한 결말, <크랙>

by 무루룽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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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세계 속에서 생긴 균열

이야기는 1930년대의 어느 기숙학교에서 시작된다. 엄격한 규율 속 외딴섬에 고립되어 있는 그곳에서 10대 여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는 선생님이 한 명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다이빙 교사인  미스 G(에바 그린 분)이었다. 언제나 대담하고 여유로운 언행과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의 그녀는 기숙사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다. 그녀는 항상 학생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위대한 모험과 경험들을 들려주며 소녀들에게 자유, 열망, 자신감 등을 강조했다. 어느 날 평화롭던 그들의 세계에 균열을 가져올 한 소녀가 등장한다. 그녀는 스페인 귀족 출신의 피아마라는 이름의 소녀였다. 외딴섬에서 매일 같은 생활만을 반복하던 아이들에게 우아한 미모, 다양한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 우수한 다이빙 실력 등을 갖춘 피아마의 등장은 새로운 자극제였다. 성격까지 당돌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줄 알았던 피아마는 점점 미스 G의 눈에 들게 된다. 이때 모든 학생들을 비롯해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인 미스 G까지, 주변의 관심이 일제히 피아마에게 집중되자 학생들의 리더였던 디는 위기감과 동시에 피아마에 대한 강한 질투를 느끼며 텃세를 부린다. 하지만 사실 미스 G는 디와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대단한 여성이 아니었다. 학교 밖에서의 그녀는 물건 하나를 살 때도 혼자 여러 번을 중얼거려봐야만 하며 사람들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여느 때처럼 미스 G가 아이들에게 그녀의 모험담을 풀어놓고 있었을 때였다. 실제로 많은 곳을 여행 다니며 경험을 쌓았던 피아마는 미스 G가 책 속의 모험담을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 앞에서 폭로해버린다. 미스 G는 이 일로 크게 망신을 당하며 당황하게 되지만, 피아마에 대한 그녀의 이상한 집착과 열망은 이때부터 더욱 커져 간다. 다음 날 다이빙 수업에서 미스 G는 피아마에게만 다이빙 시범을 시키게 되고, 이를 어렵사리 성공한 피아마에게 따로 찾아가 '너와 나는 너무 똑같다', '우리는 더욱 가까운 친구가 되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자신의 내적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피아마는 미스 G의 집착스러운 모습에 위화감과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디는 끝까지 자신의 우상인 미스 G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으며 그녀를 혼돈스럽게 하는 피아마를 점점 미워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아이들과 작당해 피아마를 학교 밖으로 내쫓기에 이른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피아마는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고 일련의 일을 통해 피아마와 디는 화해 아닌 화해를 한다. 사이가 회복된 아이들은 피아마가 제안하는 어른들의 파티를 하게 된다. 그들은 방 안에서 몰래 화장을 하고 술을 마시며 거나하게 취한다. 이때 미스 G는 피아마가 잠든 틈을 타 그녀를 자신의 방에 데려간다. 그리곤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피아마를 향해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속마음을 속삭인다. 그러면서 그녀는 피아마에게 비밀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고, 문 밖에서 우연히 이를 목격한 디는 충격에 휩싸인다. 다음 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피아마는 미스 G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이를 목격하게 된 디는 혼자 남겨진 미스 G에게 피아마가 뭐라고 했느냐고 물어본다. 미스 G는 피아마가 자신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려 학교에서 자신을 추방시키려 한다며 눈물을 보인다. 미스 G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디는 분노에 차 아이들과 함께 피아마를 몰아붙이고 이 과정에서 평소 천식으로 숨을 잘 쉬지 못했던 피아마는 심하게 헐떡거리게 된다. 아이들은 다급하게 미스 G를 부르러 가고, 디는 피아마에게 네블라이저(숨을 잘 쉬게 도와주는 기구)를 쥐어주려고 하지만 미스 G가 나타나 기구를 가로채며 다른 선생님을 불러오라는 명분으로 디를 현장에서 보내버린다. 결국 미스 G와 단 둘만 남게 된 피아마는 힘겹게 숨을 헐떡이지만 미스 G는 끝내 갖고 있던 네블라이저를 그녀에게 주지 않고 피아마는 숨을 거두게 된다. 피아마가 숨을 거두고 나서야 그녀의 손에 네블라이저를 쥐어 주는 미스 G의 모습을 디는 목격한다. 모든 사실은 디에 의해 밝혀지게 되고 이 일로 미스 G는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학교에서 쫓겨난 미스 G는 쫓겨난 후에도 학교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사소한 것에도 학교 규율을 적용하려 하는 등 본래의 소심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한편 디 역시 아이들에게 편지를 남기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 디는 미스 G와는 다르게 학교 밖에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떠난다. 디가 미소를 지으며 배를 타고 여행을 시작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과 열망

피아마에 대한 미스 G의 뒤틀린 집착은 결국 자신이 갖지 못했던 모든 것에 대한 잘못된 동경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세워 놓은 완벽한 세계 속에서 자신이 바라던 상을 설정하고 연기해오던 미스 G 앞에 등장한 피아마는 그녀에게 커다란 충격이자 열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노력해도 진정으로는 갖지 못한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부족한 모습도 어느 정도 인정하며 현실에 만족했다면 미스 G가 벌인 사건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미스 G는 자신의 본래 성격에 대해 심한 불만족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 불만족이 환상 속의 이상 자아를 만들어냈고 그것을 실제로 가진 남에 대한 과할 정도의 동경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결국 그 사람과 가까워져서라도 자신이 닮고 싶은 자아를 실현시키려는 처절하고도 비극적인 인간상만이 남았다. 영화는 그러한 건강하지 못한 열망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보며 질투와 동경, 사랑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승화하고 마음속에서 잘 풀어내는가에 따라 결과는 해피엔딩과 비극으로 갈릴 수 있다고 본다. 영화는 그런 복잡한 인간의 감정선과 심리에 대해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에바 그린 특유의 매혹적인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영상미, 스릴 있는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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