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감성의 독보적인 그녀, 모모코
항상 로리타 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모모코는 어딘가 특이한 아이다. 어릴 때부터 TV에서 동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동정심을 느끼지 않았고, 그녀를 두고 아빠와 이혼하는 어머니에게는 본인도 어린이면서 덤덤한 조언을 전하기도 한다. 아버지와 살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저 그쪽이 더 엉망진창이라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친구의 필요성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단체생활 같은 것에는 일체 관심이 없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하나, 로리타 드레스이다. 로코코 시대의 옷뿐 아니라 '경박해도 기분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그 시대의 정서까지 마음에 꼭 드는 그녀는 항상 자신이 프랑스 로코코 시대에 태어났으면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의 그녀는 아버지, 할머니와 시모츠마라는 시골 촌구석에서 살아가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싸구려 물건들을 흥정하기에 바빴지만 모모코는 달랐다. 그녀는 도쿄로 로리타 드레스 쇼핑을 다니며 늘 우아하고 도도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집안의 유일한 수입원이던 아버지는 실직을 하고 말았고, 모모코는 스스로 드레스 비용을 충당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녀가 생각한 방법은 집에 아버지가 팔다 남은 짝퉁 베르사체를 파는 것이었고, 그녀는 즉시 광고를 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첫 번째 손님이 오게 된다. 그녀는 모모코만큼이나 특이한 사람이었다. 굉음을 내는 스쿠터를 타고 등장한 그녀의 이름은 이치고로 자칭 타칭 양아치 여고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치고는 첫 만남부터 윽박을 질러대고 침을 뱉는 등 과격한 태도를 보였지만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빠르게 하고 농담도 하는 어딘가 빈틈이 있는 양아치였다. 그녀는 모모코에게 자신이 포니테일이라는 레이디 폭주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는 요란스럽게 퇴장한다. 그날 이후부터 이치고는 모모코의 집에 매일같이 찾아오며 시간을 보낸다. 친구를 사귀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모모코는 이치고가 갑작스레 들이대는 이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듯 그녀와 이런저런 시간들을 보내며 점점 가까워진다. 어느 날, 한 카페에서 이치고는 모모코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늘어놓는다. 사실 그녀는 자신은 원래 소심한 여학생으로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인생을 살았는데, 어느 날 아키미라는 여자를 만나며 폭주족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아키미 씨가 이번에 은퇴를 하게 되어 그녀의 은퇴식에서 입을 '아키미 씨 고마워요'라는 자수가 놓인 특공복을 입는 것이 이치고의 목표였다. 이를 위해서는 전설의 자수 공 엠마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데, 엠마의 행방은 전설의 폭주족인 히미코만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치고는 모모코에게 자수 비용을 마련하러 같이 파친코에 가자고 제안한다. 모모코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실력으로 그날 파친코에서 거액을 따게 된다. 모모코는 이치고에게 자신이 딴 돈의 반을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이치고는 자신의 철칙을 내세우며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그럼 빌려주는 것으로 하자는 모모코의 말에 이치고는 확실히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선 그 돈을 받는다. 한편 모모코는 자신이 좋아하던 로리타 옷가게에서 직접 한 보닛의 디자인을 극찬받게 되고, 그곳에서 처음 자신의 자수 실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치고와 모모코는 전설의 자수 공 엠마를 찾아다니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소문 속의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모모코는 이치고의 특공복에 본인이 직접 자수를 할 것을 제안하게 되고, 이를 완벽하게 해낸다. 이치고는 모모코의 작품을 굉장히 맘에 들어한다. 이후 모모코는 이전에 가게에서 인정받았던 실력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로리타 드레스에 직접 자수를 새길 기회를 얻게 되지만 행복할 것만 같았던 일은 모모코를 자꾸만 망설이게 하고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녀는 처음 겪는 자신에게 혼란을 느끼게 되고, 이치고를 찾아 위로를 받는다. 이치고는 모모코에게 재능이 있고, 인정해주는 사람도 있는데 뭘 망설이냐며 모모코에게 너라면 꼭 할 수 있다는 시니컬하지만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모모코는 이치고의 말에 힘입어 다시 자수를 시작하고 마침내 예쁜 로리타 드레스를 완성한다. 모모코가 가게에 완성한 드레스를 가지고 가야 했던 날 이치고에게 사건이 터져 버린다. 그녀가 폭주족들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모코는 이를 알고는 옷가게와의 약속마저 취소해버리고 이치고를 구하러 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이치고를 위해 폭주족들과 함께 싸우며 사실은 자신이 전설의 폭주족인 히미코의 진짜 딸이라는 엄포를 놓는다. 모모코의 거짓말을 믿은 폭주족들은 그렇게 물러나게 되고 돌아가는 길에 이치고는 모모코에게 사실 히미코 같은 것은 없었다며 모두 본인이 상상 속에서 지어낸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후 모모코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좋아하던 옷가게에 취직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로리타 드레스에 대한 순수한 설렘을 간직하고 싶다는 신념으로 일반 로리타로 남는다. 이치고는 바이크 가게에서 일하며 모델 제의도 받는 등 또 다른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둘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
작중 이치고와 모모코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섞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취향도 완전히 다르고 말투나 추구하는 바도 바르다. 하지만 그녀들은 통념적인 가치관에 갇히지 않고 오롯이 본인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강인함이 있기에 통했다고 생각한다. 극 중 이치고는 폭주족이자 양아치이기를 자처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의 돈을 함부로 취하지 않는다는 철칙도 가졌다. 그녀가 폭주족들에게 당하게 된 이유 역시 자신의 소신을 지키면서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무리(포니테일)에서 나가려고 시도해서였다. 모모코는 늘 혼자였지만 한 번도 남들에게 섞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의기소침해진 적 따위 없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것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겉으로는 귀엽지만 속은 강한 외유내강형 여성이다. 남들이 봤을 때는 괴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둘은 세상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고 하고 싶은 바를 하면서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며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 추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현대는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생각 없이 그것들을 따라가다 정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잊어버릴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속으로는 끌리지 않는데도 다수에 속하기 위해 매일 스트레스 속에 살 수도 있고, 자신의 소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안심이 된다는 이유로 정작 본인이 원하는 인생은 한 번도 자신 있게 펼쳐보지 못한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불량공주 모모코>는 우리에게 남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즐기며 살아도 된다는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만화 같은 장면들, 하지만 뜻깊었던 교훈
<불량공주 모모코>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과 <고백>으로 유명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으로, 특유의 만화 같은 장면 전환들과 영상미가 특징이다. 겉으로는 정신없고 조금은 유치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 속에는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들이 여럿 나오기도 한다. 특히 모모코의 엄마가 초등학생인 그녀를 떠날 때 했던 모모코의 대사가 잊히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분에 넘치는 행복 앞에서 깊은 병에 걸려 버린다. 행복의 기회를 잡는 것은 불행에 안주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라는 말이었다. 이치고가 집단 린치를 당할 때 했던 '자신을 잃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면 나는 평생 어린애로 남을래'라는 대사도 기억에 남았다. 어른이 되어 현실의 무게에 지친 우리에게 <불량공주 모모코>는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귀엽고 예쁜 소품들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을 때, 따뜻한 힐링이 필요할 때 감상하기 좋을 것 같다.
댓글